49 아직 말씀하실 때에 회당장의 집에서 사람이 와서
말하되 당신의 딸이 죽었나이다 선생을 더 괴롭게 하지 마소서 하거늘50 예수께서 들으시고 이르시되 두려워하지
말고 믿기만 하라 그리하면 딸이 구원을 얻으리라 하시고51 그 집에 이르러 베드로와 요한과 야고보와 아이의
부모 외에는 함께 들어가기를 허락하지 아니하시니라52 모든 사람이 아이를 위하여 울며 통곡하매 예수께서 이르시되
울지 말라 죽은 것이 아니라 잔다 하시니53 그들이 그 죽은 것을 아는 고로 비웃더라54 예수께서 아이의 손을 잡고 불러 이르시되 아이야 일어나라 하시니55 그 영이 돌아와 아이가
곧 일어나거늘 예수께서 먹을 것을 주라 명하시니56 그 부모가 놀라는지라 예수께서 경고하사 이 일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 하시니라
어제 본문에서 야이로의 요청으로 죽어가는 그 딸을 위하여
발걸음을 옮기시던 주님께서 그 걸음을 멈추시고 혈루병으로 고생하던 한 여인의 진실된 마음과 믿음을 인정하시고 그를 회복시키고 구원의 은혜를 베푸셨습니다.
오늘 정확히 그 지점에서 시작합니다: „아직 말씀하실“(49). 그리고 회당장의 집에서 사람이 와서 „당신의 딸이 죽었습니다“라고 소식을 전합니다. 즉 본문은
주님께서 발걸음을 멈추신 사이에 야이로의 죽어가던 딸이 실제로 죽었음을 드러냅니다. 나아가 소식을 전한 사람은
„더 이상 선생을 괴롭게 하지 마소서“라고까지 말을 덧붙입니다.
즉 이제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의미입니다. 심지어 예수께서 야이로의 집으로 오시더라도
의미가 없다는 것입니다. 사실 세상의 관점에서는 맞습니다. 죽음은 끝입니다.
그 소식을 들은 야이로의 마음은 어떠하였을까요? 어제 살핀 것처럼,
회당장으로써 야이로는 딸의 회복을 위해 모든 것을 다 하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실패하고
딸이 거의 죽어갈 때쯤, 소문이 무성한 예수를 찾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당시 주님은 거라사로 가셨고, 더구나 풍랑으로 인해 어찌 되었는지 갈릴리 가버나움 주변에서는 소식을 알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마침 주님께서 돌아오셨고 그 소식이 궁금하던 수많은 사람들이 몰렸습니다.
그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회당장의 체면에도 불구하고 무릎을 꿇고 자기 딸을 위하여 자기 집으로 오시도록 간청하였습니다.
겨우겨우 옮긴 그 발걸음은 많은 사람들로 인해 지체되었고, 더불어 뜬금없이 한 여인으로
인해 그 발걸음은 멈추었습니다. 바로 그때 날아든 죽음의 소식입니다.
본문은 야이로의 어떠한 반응이나 말이나 행동을 전혀 드러내지
않습니다.
대신 주님께서 하신 말씀 속에서 야이로의 마음과 상태를 드러냅니다: „두려워하지
말고 믿기만 하라“(50). 사실 죽음을 대면하는 우리의 마음 속에서는 두려움만이 가득합니다.
그 순간에는 다른 어떠한 것도 의미가 없는 듯 합니다. 주님에 대한 소문,
주님이라면 딸을 회복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간절한 마음과 믿음, 여기저기 주님을
찾아 수소문하던 그 분주하고 다급한 마음과 갈망, 주님 옆에서 걸어가면서 이제 되었어 라는 소망과 안도감.
심지어 방금 자신이 목격한 불치병인 혈루병에 걸린 여인이 나음을 입은 모습 등도 의미가 없을 것입니다. 대신 야이로의 마음은 두려움에 사로잡힙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두려움에 사로잡힌 야이로의 마음에 새로운
믿음과 소망을 불러일으키십니다: „믿기만 하라“. 본문은 주님께서 야이로의 집으로 다시금 걷기 시작하시고, 그 옆에서 제자들과 야이로가 믿음과
소망으로 함께 걸었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냅니다: „그 집에 이르러 베드로와 요한과 야고보와 아이의 부모만 함께
들어가기를 허락하셨다“(51). 함께 걸었던 수많은 사람들은 아이를 위하여 울며 통곡하지만,
제자들과 그 부모는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예수를 비웃지만,
그들은 예수님의 뒤를 따라 함께 들어갑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뒤를 걸어 들어간 바로
그곳에서 주님께서는 야이로의 딸을 마치 잠에서 깨는 것처럼 다시 살리시고 일으키십니다. 주님이 „아이야 일어나라“고 명하시니, „그 영이 돌아와 아이가
곧 일어납니다“(54,55). 뿐만 아니라, 주님께서는 병으로 인해
그동안 먹지 못한 아이를 위해 „먹을 것을 주라“고 말씀하셔서 돌보아
주십니다.
오늘 우리들도 인생의 여러 어려움 중에 살아가면서 때때로
다른 아무 것도 소용이 되지 않을 것만 같은 그런 힘든 일들과 어려움들과 슬픔을 당합니다. 비록 믿음을 가지고 소망
속에 살아가지만, 그런 것조차도 의미가 없어지는 듯하고 두려움만으로 가득할 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그러한 우리들에게 „두려워하지 말고 믿기만 하라“고 말씀하시면서, 그 걸음을 계속해서 걸어가십니다. 죽음과
두려움 속에서도 한줄기 소망과 믿음으로 주님 곁에 걸었던 야이로처럼 우리들도 계속해서 주님 곁에서 걷는 자들이 되기를 기도하며, 주님 곁에서 걷는 그 믿음과 소망의 걸음 끝에 주님께서 우리에게 베푸실 참된 구원의 은혜를 누릴 수 있는 믿음의 사람이 되도록 기도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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