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야곱이 길을 가는데 하나님의 사자들이 그를 만난지라
2 야곱이 그들을 볼 때에 이르기를 이는 하나님의 군대라 하고 그 땅 이름을 마하나임이라 하였더라 3
야곱이 세일 땅 에돔 들에 있는 형 에서에게로 자기보다 앞서 사자들을 보내며 4 그들에게 명령하여 이르되 너희는 내 주 에서에게 이같이 말하라 주의 종 야곱이 이같이 말하기를 내가 라반과 함께 거류하며 지금까지
머물러 있었사오며 5 내게 소와 나귀와 양 떼와 노비가 있으므로 사람을 보내어 내 주께 알리고 내 주께 은혜
받기를 원하나이다 하라 하였더니 6 사자들이 야곱에게 돌아와 이르되 우리가 주인의 형 에서에게 이른즉 그가
사백 명을 거느리고 주인을 만나려고 오더이다 7 야곱이 심히 두렵고 답답하여 자기와 함께 한 동행자와 양과
소와 낙타를 두 떼로 나누고 8 이르되 에서가 와서 한 떼를 치면 남은 한 떼는 피하리라 하고 9
야곱이 또 이르되 내 조부 아브라함의 하나님, 내 아버지 이삭의 하나님 여호와여
주께서 전에 내게 명하시기를 네 고향, 네 족속에게로 돌아가라 내가 네게 은혜를 베풀리라 하셨나이다 10
나는 주께서 주의 종에게 베푸신 모든 은총과 모든 진실하심을 조금도 감당할 수 없사오나 내가 내 지팡이만 가지고 이 요단을
건넜더니 지금은 두 떼나 이루었나이이다 11 내가 주께 간구하오니 내 형의 손에서, 에서의 손에서 나를 건져내시옵소서 내가 그를 두려워함은
그가 와서 나와 내 처자들을 칠까 겁이 나기 때문이니이다 12 주께서 말씀하시기를 내가 반드시 네게 은혜를
베풀어 네 씨로 바다의 셀 수 없는 모래와 같이 많게 하리라 하셨나이다
어제 본문에서 라반과 야곱은 서로 언약을 맺으면서 특히
아브라함과 나홀의 하나님, 이삭의 하나님께서 언약의 증인이 되어 주시며 그들이
맹세한 언약을 지키는지 살펴보실 것을 간구하였고, 라반은 돌아갔습니다.
오늘 본문은 야곱이 자기의 길을 계속해서 걸었다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즉 야곱은 드디어 삼촌 라반의 손을 벗어나서 „자기의 길“을 걷기 시작합니다. 야곱의 „자기의 길“은 다름아닌 하나님이 약속하신 그 땅으로 돌아가며 향하는 길입니다(28:15). 앞서 살핀
것처럼, 야곱 자신의 능력과 지혜와 방법으로는 „속이며 도망하는 길“에 불과하였던 그 길이었지만, 하나님이 개입하셔서(31:24) 자신의 약속을 지키심으로(28:15) 야곱은 „자유로운
자신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나아가 야곱이 하나님의 약속처럼,
그 땅으로 돌아가는 자기의 길을 걷게 되자, 그 길에서 „하나님의 사자들“이 야곱을 만납니다(1; cf. 28:12). 28장에서 형 에서를 피하여 도망하던 야곱이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하나님의 집, 하늘의 문
가까이 가게 되어 멀리서 하나님의 사자들이 하늘로 오르락 내리락 하는 것을 보았지만, 이번에는 하나님의 사자들이
야곱을 만나고 그의 눈에 자신들의 정체를 드러내어 알려주어 야곱이 깨닫게 하시고, 야곱의 진영과 나란히 그들의
진영/야영지를 세웁니다. 우리 번역에 „하나님의 군대“로 번역된 원래 의미는 „하나님의 진영/야영지“입니다. 이제 야곱의 눈에는 „두 개의 진영/야영지“가 보이며, 야곱은 그곳의 이름을 마하나임(두개의 진영)이라고 부릅니다(2).
이렇게 하나님께서는 야곱의 눈에 보이도록 „하나님의 진영“을 야곱의 진영 옆에 세우셔서 자신의 약속을 이루시는 분이심을 드러냅니다: „내가 너와 함께
있어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너를 지키며 너를 이끌어 이 땅으로 돌아오게 할지라 내가 네게 허락한 것을 다 이루기까지 너를 떠나지 아니하리라 하신지라“(28:15).
이렇게 하나님이 이끌어 약속의 땅으로 돌아오게 하시는 야곱의 길에 함께 하심을 드러내심으로 야곱이 계속해서 자신과 함께
하는 하나님을 신뢰하고 의지하기를 원하십니다.
하나님의 사자들을 만난 후 야곱은 용기를 얻어 형 에서에게
사람들을 보내어 소식을 전하여 에서에게 “은혜를 간구합니다”(3-5). 우습게도 야곱은
자신에게 „소와 나귀와 양 떼와 노비가 있기 때문에“ 사람을 보내어
은혜를 받기 원한다(5)고 말을 전하는데, 이것은 야곱이 에서의 은혜를
재물로 사려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임을 드러냅니다. 즉 형 에서와 자신의 관계를 주고받는 관계로 설정하였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더구나 야곱 자신이 얻은 재물들은 하나님이 주신 것(31:9, 42)으로 말하였지만, 이제는 에서를 „나의 주“자신은 „에서의 종“이라고 부르며, 자신의 손에 있는 재물들이 마치 다 에서의 것인 양 말합니다. 이러한 야곱의 태도에는 과거
자신의 어리석음에 대한 뉘우침이나, 혹은 얼마 전 만났던 하나님의 진영을 통해 드러난 하나님이 자신과 함께
하신다는 것에 대한 인식이나 신뢰는 전혀 없습니다. 여전히 야곱은 세상적인 자신의 지혜와 방법을 따르고자
합니다.
그러나 되돌아온 소식은 에서가 사백 명의 사람들을 거느리고
야곱을 만나려고 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 번역에 „만나려고“(6)는 „(적대적인 태도로) 만나다“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즉 상황은 야곱이 세상적인
자신의 지혜와 방법을 따라 추진한 것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 되어갑니다. 그러자 야곱은 „심히 두렵고 답답해 합니다“(7). 즉 야곱 자신의 지혜와 방법이 통하지 않는 막다른 골목에
몰려 벗어날 방법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야곱은 자신과 함께 한 동행자와 양과 소와 낙타를 두
떼로 나누어, 에서가 한 떼를 치며 다른 한 떼는 피할 수 있도록 준비합니다. 이것은 여전히 야곱이 속임과 도망자의 삶의 태도와 방법을 따르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야곱의
생각 속에는 여전히 자신의 잘못에 대한 뉘우침을 통한 형 에서와의 화해와 자신과 동행하는 하나님의 지혜와 방법을 의지하고자 하는 것은 없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야곱은 아주 현실적인 상황 판단과 그에 대한 가장 현실적인 해결방법을 추구하지만, 그것은 결국 가장 어리석은 모습입니다. 왜냐하면 이미 야곱은 그러한 것이 결코 참된 해결방법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현실적으로 알고 경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또한 야곱은 이전과는 다른 모습도 보여주어 조금이나마
영적으로 성장한 모습도 드러냅니다. 즉 야곱은 그러한 두려움과 답답함 속에서 벧엘 이후의
기나긴 세월동안 처음으로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입니다. 특히 자기 형 에서에게 은혜를 간구하고자 하였던 그
야곱이 이제는 하나님께 은혜를 간구합니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 야곱에게 은혜를 베풀리라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9).
즉 야곱은 하나님의 말씀과 약속을 의지하며 간구합니다. 뿐만 아니라,
이제 드디어 야곱은 자신이 이루고 가진 모든 것이 하나님이 자신에게 베푸신 은총(자비)이며 진실하심(약속을 이루심)임을 인정하면서 자신은 조금도 감당할 수 없다고 고백합니다. 즉 자신은 그러한 하나님의 은총과
진실하심을 의지하지 않고 인정하지 않았음을 인정하며 고백합니다. 더구나 에서에게 자신을 „주의 종“(4)이라고 드러내었던 야곱이 이제는 하나님을 향하여 자신이 „주의 종“이라고 인정합니다(10).
나아가 야곱은 자신의 두려움을 솔직하게 고백하며 그러한
두려운 상황에서 자신의 지혜와 방법으로 벗어날 수 없음을 인정하며 하나님의 도우심과 구원하심을 간구합니다: „내가 주께 간구하오니 내 형의 손에서, 에서의 손에서 나를 건져내시옵소서“(11).
이러한 야곱의 기도는 하나님께서 야곱에게 하신 말씀과 약속을 근거로 합니다: „주께서
말씀하시기를 내가 반드시 네게 은혜를 베풀어 네 씨로 바다의 셀 수 없는 모래와 같이 많게 하리라 하셨습니다“(12).
이와 같이 야곱은 자신의 지혜와 방법으로 결코 해결할
수 없는 그 막다른 상황에 이르러서야 하나님을 향하여 기도하며 그분의 말씀을 기억하며 의지하며 하나님의 도우심과 구원하심을 간구합니다. 이러한 야곱의 모습은 오늘 우리와 같습니다. 하나님의 함께 하심을 믿음에도 불구하고,
인생의 큰 어려움 앞에서 두려워하는 것이 우리들입니다. 그러나 바로 그때에 온전히
하나님을 찾으며 의지하며 기도하는 우리들이 되도록 합시다. 왜냐하면 우리 하나님은 말씀하신 것과 약속하신
것을 반드시 이루시는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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