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여호와께서 아브람의 아내
사래의 일로 바로와 그 집에 큰 재앙을 내리신지라 18 바로가 아브람을 불러서 이르되 네가 어찌하여 나에게
이렇게 행하였느냐 네가 어찌하여 그를 네 아내라고 내게 말하지 아니 하였느냐 19 네가 어찌 그를 누이라
하여 내가 그를 데려다가 아내를 삼게 하였느냐 네 아내가 여기 있으니 이제 데려가라 하고 20 바로가 사람들에게
그의 일을 명하매 그들이 그와 함께 그의 아내와 그의 모든 소유를 보내었더라
어제 본문에서
아브람은 심각한 기근이라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이집트로 내려가는 결정을 통해 해결하지만, 그러한 결정과 방법은 또다른
문제를 야기할 것을 예상하고 또한 나름 해결방법을 실행하였으나 그 문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오늘 본문은
아브람이 이집트로 내려가면서 그곳에서 있게 될 문제를 미리 예상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하여 결정한 방법이 통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즉 아브람은 사래를 자신의 아내가 아니라 자신의 (이복)누이로만 소개하기를 결정했습니다. 왜냐하면 사래가 아리따운 여인이어서 이집트 사람들이 남편인
아브람을 죽일 것이라고 두려워하였기 때문입니다. 아브람은 자기 아내 사래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그대는 나의 누이라 하라 그러면 내가 그대로 말미암아 안전하고 내 목숨이 그대로 말미암아 보존되리라“(13).
즉 아브람은 자신의 안전과 목숨의 보존이 하나님이 아닌 자기 아내로 말미암는 것으로 여깁니다. 나아가 남편으로서 자기 아내를 보호해야 하지만, 오히려 그 반대로 자기 아내로 인해 자기 목숨을
보존하고자 하는 비겁한 모습이기도 합니다.
더 심각한 것은
그러한 아브람의 해결책이 오히려 더 큰 문제를 가져왔고, 그것을 아브람은 해결할 방법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즉 사래를 아브람의 누이로만 소개를 받은 이집트 파라오의 고관들이 사래의 아름다움을 보고 파라오에게 칭찬하자,
이집트의 절대권력자인 파라오가 사래를 왕궁의 하렘으로 데려가고 아브람을 후대하며 많은 재물을 그 대가로 제공합니다.
기근을 피해 이집트로 들어온 나그네 처지의 아브람으로서는 이미 사래를 자신의 이복누이로 소개하였기에 이집트의 절대권력자를
거절할 방법이나 명분이 없습니다. 만약 아브람이 사래를 자기 아내로 소개하였다면, 아브람은 거절할 명분이 있었을 것이고, 이집트를 떠나가는 것으로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것처럼, 아브람은 „두려움“으로 인해 처음부터 그러한 명분과 방법을 상실하였습니다.
결국 이러한
아브람의 모습은 하나님의 보호하심을 믿지 못하는 불신앙적인 모습일 뿐만 아니라, 자기 목숨과 안전을 위하여
다른 사람, 즉 자기 아내의 희생을 강요한 악한 모습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본문은 아브람이 이러한 자신의 어리석은 모습을 스스로 알고 있었던 것을 암시하는데, 즉 파라오가 후대하여 많은 양과 소와 노비와 암수 나귀와 낙타를 얻었지만, 그러한 엄청난 재물에
대하여 아브람의 반응은 전혀 언급되지 않습니다. 아마도 아브람은 파라오가 보내어 온 그 많은 양과 소와 노비와
암수 나귀와 낙타를 보면서, 깊은 후회와 자기경멸, 그리고 한탄을 하고
있었을 지도 모릅니다.
놀랍게도 본문은
아브람이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바로 그 순간 하나님이 직접 개입하셔서 파라오와 그 집에 큰 재앙을 내리셨다고 언급합니다. 우리 번역에 „재앙“으로 번역된 말은 질병을 가리킵니다. 여기에서 흔히 우리는 잘못은 아브람에게 있는데,
하나님이 파라오에게 재앙을 내리시는 것처럼 여기고 질문을 합니다. 그러나 본문에서
파라오가 사래를 데려가고 아브람에게 재물을 준 것은 사실상 아브람이나 사래의 동의없이 절대권력자인 파라오가 일방적으로 진행된 것입니다.
우리 번역의 „이끌어들인지라“(15)로 번역된
단어는 „취하다, 탈취하다, 빼앗다“라는 의미로, 4장19절에서 라멕이 두 아내를 취하였다고
언급할 때와 동일한 단어입니다. 뿐만 아니라, 파라오는 실제적으로는
„빼앗지만“ 외적으로는 „값을
지불“하여 합법적인 것처럼 만듭니다. 즉 마치 아브람이 자기 누이를
값을 받고 판 것처럼 꾸밉니다. 물론 절대권력자인 파라오의 입장에서는 자신에게 잘못은 없고,
오히려 아브람을 „후대한 것“이라고 여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파라오의 생각과 행동은 창세기 1-11장의
전체적인 흐름에서 드러나는 하나님을 저버린 악한 자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즉 „자기 것이 아닌 것을 탐하여 억지로 취하는 것“(3:6)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파라오의 그러한 악한 모습이 더 심각한 범죄로 나아가지 않도록 개입하시고 하나님의 구원의 계획이 이어지도록
하십니다.
뿐만 아니라
하나님께서 조금 더 일찍 개입하셔서 아브람에게 한마디 하지 않으신다고 우리는 불평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하나님의 모습은 이미 아담과 하와의 범죄사건에서도 드러난 것으로 사실상 아브람의 판단을 존중하면서도 또한 동시에 아브람이
어리석은 선택을 하지 않기를 기다리며, 나아가 아브람이 그러한 어리석은 판단과 결정, 그리고 하나님이 아닌 사람을 두려워하는 모습을 후회하고 회개하기를 기다리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하나님의 마음은 18-19절에서 파라오가 아브람을 책망하는 말을 통해 드러납니다.
즉 마치 하나님께서 파라오의 입을 통해 아브람을 책망하시는 듯 합니다. 이러한 본문은
악한 파라오가 아브람을 책망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 결과 악한 파라오에게 책망을 받을 정도라면 얼마나 아브람은
악한 것인가 라는 질문을 불러일으킵니다.
어쨌든 본문
전체의 흐름에서 아브람이나 파라오나 모두가 명시적으로 악한 행동을 하거나 거짓말을 하거나 하지 않고, 외적으로 정당하고 법적인 문제가 없도록 말하고 행동합니다. 그러나 본문은 합법을 가장한 아브람과
파라오의 악한 마음을 폭로합니다. 심지어 본문의 문맥은 파라오가 아니라 아브람의 모습을 더욱 부각시킵니다.
비록 아브람이 하나님의 부름을 받아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가나안 땅으로 오고, 가나안
땅에서도 세겜이라는 성읍이 아니라 장막을 치며 하나님께 제단을 쌓고 예배하는 삶을 살아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브람은 현실적인 어려움 앞에서 언제든지 불신앙적이고 악한 모습을 선택하고 행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비록
외적으로는 그럴 듯 하게 믿음의 삶을 살아가지만, 그러나 그 마음의 깊은 곳에서는 언제든지 합법을 가장한
악한 모습이 숨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본문은 폭로합니다. 하나님 앞에서는 파라오나 아브람이나 오십보 백보입니다.
비록 하나님께서 아브람을 도우시며 하나님께서는 그러한 파라오와 아브람의 숨겨진 모습들을 아시고 책망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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