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그 지역에 목자들이 밤에 밖에서 자기 양 떼를 지키더니 9 주의 사자가 곁에 서고 주의 영광이 그들을 두루 비추매 크게 무서워 하는지라 10 천사가 이르되 무서워하지 말라 보라 내가 온 백성에게 미칠 큰 기쁨의 좋은 소식을 너희에게 전하노라 11 오늘 다윗의 동네에 너희를 위하여 구주가 나셨으니 곧 그리스도 주시니라 12 너희가 가서 강보에 싸여 구유에 뉘어 있는 아기를 보리니 이것이 너희에게 표적이니라 하더니 13 홀연히 수많은 천군이 그 천사들과 함께 하나님을 찬송하여 이르되 14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하나님이 기뻐하신 사람들 중에 평화로다 하니라
어제 본문에서 우리를 죄에서 구원하기 위하여 이 땅에 오신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는 베들레헴의 마구간의 구유에 뉘었다는 것을 살펴보았습니다.
오늘 본문은 베들레헴의 구유에 누운 아기 예수에 대한 소식이 전해지는 과정을 알려줍니다. „온 백성에게 미칠 큰 기쁨의 좋은 소식“은 „베들레헴 지역에서 밤 중에 밖에서 양떼를 지키던 목자들“에게 가장 먼저 전해집니다. 이 목자들은 양떼의 실제 주인들이 아니라, 양떼를 지키던 일을 하고 임금을 받던 일용노동자에 가깝습니다. 미쉬나에서는 목자들을 부정한 직업으로 분류하는데, 왜냐하면 목자들은 기본적으로 안식일을 지킬 수 없었기 때문이며, 나아가 당시에는 목자들을 정직하지 못한 이들로 생각하였기 때문입니다. 당시 목자들은 주인과 계약을 맺어 양떼를 일정기간동안 돌보고 지키는데, 만약 늑대 등으로 인해 위험이 있을 경우, 목자들이 자신의 생명을 보전하기 위해 포기할 수 있는 양과 염소의 숫자를 정해 두었습니다. 또한 수백마리의 양과 염소 무리에서 낳은 새끼와 관련해서도 목자만이 그 정확한 숫자를 알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대부분 가난한 이들이었던 목자들은 은근슬쩍 상황이나 숫자를 속여 자신의 몫으로 양이나 염소를 따로 챙길 때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렇게 이해되던 목자들에게 가장 먼저 “온 백성에게 전해질 큰 기쁨의 좋은 소식”이 먼저 전해집니다. 이것은 우선적으로 예수님께서 참 목자로 이 땅에 오셔서 자신의 양떼들을 모으시고 돌보시고 심지어 자신의 생명까지 내어주실 분이심을 미리 알려주는 의미가 있습니다. 나아가 더 큰 의미는 예수님께서 이렇게 사람들이 싫어하고 부정직하고 부정하고 가난한 삶을 살던 이러한 목자와 같은 이들, 즉 죄인들을 부르시고 돌보시고 생명을 내어주실 분이심을 드러내기 위해서 입니다. 그렇기에 본문은 “너희(목자들)를 위하여 구주가 나셨다”고 알리면서, 구유에 뉘어 있는 아기가 “너희에게 표적이니라”고 선포합니다(2:11-12). 이 말씀을 따라서 목자들은 그 밤에 일어나 그 표적을 확인하고자 “빨리 가서 아기를 찾아서 목격합니다”(2:16,17).
더 놀라운 것은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며 땅에서는 하나님이 기뻐하신 사람들 중에 평화로다”라는 선언입니다.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라는 것은 당연하고 우리 모두가 쉽게 받아들이는 것이지만, “땅에서는 하나님이 기뻐하신 사람들 중에 평화로다”라는 선언은 생각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즉 “백성에게 전해질 큰 기쁨의 좋은 소식”이 실제적으로 이루는 “평화”는 세상 모든 사람들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이 기뻐하신 사람들”에게만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즉 하나님이 기뻐하신 사람들은 바로 밤중에 밖에서 양들을 지키던 목자들을 먼저 하나님이 기뻐하신 사람들로 드러냅니다. 마태복음 2장에 따르면, 헤롯의 왕궁에 있던 왕과 제사장들과 서기관들이 아니라, 먼 곳에서부터 찾아온 동방의 박사들이 하나님이 기뻐하신 사람들로 드러납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기뻐하심을 입은 사람들은 자신들에게 전해진 그 큰 기쁨의 소식을 자신들만 간직하는 것이 아니라, 온 백성들에게 전하는 역할을 합니다. 목자들은 베들레헴 사람들에게, 동방박사들은 예루살렘에 그 소식을 전합니다. 그러나 그 소식을 전해 들은 사람들 중에 오직 하나님께 기뻐하심을 입은 사람들만 참된 평화를 누릴 수 있습니다.
대강절 둘째 주일의 마지막 날을 지내면서, 비록 우리들이 죄인이며 보잘 것 없는 자들이지만, 하나님께서 우리를 기뻐하셔서 참된 평화를 주시기 위하여 믿음을 허락하시고, 구유에 뉘인 아기 예수를 통한 죄사함을 얻는 평화와 기쁨을 누리게 하셨음을 감사하는 하루의 삶을 살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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